우린 반댈세....
지난 1월은 내게는 돼새길만한 일이 두 가지가 있었다.
하나는 가까운 친척 중에 호텔 결혼식이 있었고,
하나는 정반대로 초상이 있었다.
며칠 전 서울의 호텔 결혼식을 다니러 간 적이 있다.
가는 도중에 손님으로부터 상담을 청하는 전화가 왔는데,
나의 대답이 ...잔칫집에 가서 오늘 상담은 어렵습니다...
잔칫집... 마누님이 내가 참으로 구식이란다....
여하튼 호텔 결혼식 참으로 화려하고 보기에 좋았다.
부러우면 지는 건데... ㅋ
이미 ...호텔... 그러면서 나는 졌다.
수십억짜리 집에서 사는 것....
수억을 들여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리는 것....
수억짜리 자동차와 명품....
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것은 당연하고 그리 써야 한다.
부자가 너무 아끼면 안 된다.
사족을 달면....
내가 그리 많이 있어본 적이 없어서리....
자유주의를 근간으로 자본주의 사회는 이렇게 획기적으로 다름이 있어야 한다.
나는 이 다름을 응원한다.
빈부의 격차가 심하다 하여 무조건 부자를 폄훼하는 것은 너무 옹졸한 짓이다.
법을 잘 가다듬어서 세금을 합리적으로 잘 걷어 들여야 한다......
호텔 결혼식이 얼마가 들었는지 구체적으론 모르지만 멋지고 좋은 건 좋은 것이다.
집으로 오면서 우리 부부는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.
만일... 아주 아주 만일에....
우리집 며느릿감이나 사윗감이 경비가 우리 기준에 비해 많이 드는 결혼식을 한다면?
우리 부부는 반댈세....ㅎㅎ
뭐 딱히 이유를 거들 것은 없지만....
우린 반댈세....
며칠 동안 우리집의 유행어가 됐다.
난 반댈세....ㅎㅎ
다른 하나는 내가 강화도 살며 자주 느끼는 현실적인 갈등이다.
강화도에서는 좀 저명?한 친구의 아버님이 소천하셨다.
장례식장엔 근조화환이 입구에서부터 계단까지 빼곡히 많았다.
그리고 장례 첫날임에도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.
그 많은 근조화환은 망자와 자손이 세상을 영향력? 있거니 잘 살아왔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.
반면 나는 영향력은 개뿔.....
사회단체 활동도 거의 없어 화환이 들어올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.
얼마나 인생을 빡빡하고 경직되게 살아왔는가를 비약한 화환으로 증명하게 될 것 같아 사실 두렵다.
작은 장례식을 핑계 삼을 수 있도록 궁리 중이다.ㅋ
내가 인성이 반사회적? 인가 싶어...
그렇다고 지금 나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고....
자작극으로 근조화환을 사와야 하나...
친구 꽃집과 불편한 타협을 해야 하나.....
씰떼없는 고민으로 끝나야 할 텐데....